큰사진보기 ▲ 경남이주민센터 홈페이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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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은 “인권 침해 야기하는 고용허가제 전면 손질”을 비롯한 여러 대책을 제시했다.

경남이주민센터는 경남지역 14개 국가교민회 대표단으로 구성된 경남이주민연대회의와 함께 1일 세계노동절을 맞아 “이주노동자는 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낸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한국 정부에 대해 이들 단체는 “무분별한 단기 외국인력 도입을 중단하고 체계적인 외국인력 도입 계획을 세워야 하고, 인권 침해 야기하는 고용허가제를 전면 손질하여 새로운 외국인력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 이들은 “인종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외국인 차별을 철폐해야 하고, 이주노동자에게 세계노동절 유급 휴가를 보장해야 하며, 신규 인력 도입보다 장기 미등록 체류자 합법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세계노동절 성명 전문이다.

<성명> 세계노동절을 맞아, 이주노동자는 말합니다

134년! 우리가 메이데이라고 부르는 세계노동절 나이입니다. 눈부신 초록색 나무, 높고 파란 하늘의 5월 첫날은 전 세계 노동자의 잔칫날이지만, 대한민국의 이주노동자인 우리는 이날도 맑은 하늘을 보는 대신 새벽길에 출근을 둘러야 합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에서는 메이데이를 세계 노동자가 평등한 날이라고 배웠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이날 공장을 쉬고 학교를 가지 않습니다. 이날을 얻기까지 숱한 죽음과 눈물이 있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한국에 와서 이주노동자라는 이름을 얻으면서 한국 노동자와 형제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꿈꾸었던 나라 한국에서 일을 하면 한국 노동자와 같은 작업장에서 똑같은 월급을 받고 똑같은 일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것은 저의 실수였습니다.

저만 한국인 노동자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정부 통계에서 주당 평균 외국인은 43.6시간, 귀화허가자는 40.8시간을 일하지만, 전체 임금 근로자는 평균 33.9시간을 일합니다. 외국인의 64.2%, 귀화허가자의 77.7%가 월 임금이 300만원 미만이지만, 전체 임금 근로자는 직전 3개월 평균 임금이 300만 7천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국인의 89.5%, 귀화허가자의 86.2%는 지난 1년간 교육, 훈련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전체 임금 근로자 중 46.1%가 같은 기간 한 번 이상의 교육, 훈련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가 왜 한국인 노동자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험하고 더 궂은 일을 하고, 더 월급이 적은지 사장님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왜 한국인 노동자한테는 말을 높이면서 우리한테는 나이가 적든 많든 반말을 하고 어른인 우리를 ‘외국 애’ 또는 경상남도 지역말로 ‘외국 아’라고 말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고,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우리 같은 고용허가제 취업자는 한국인이 없는 일자리를 대신 채워야 하고 한국인보다 값싼 임금을 주고 싶어하는 사장님을 위해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불만이 있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따지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 같은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많은 공장들은 당장 문을 닫아야 합니다.

일할 외국인은 얼마든지 있다는 게 한국 정부와 사장님들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주변에 외국인등록증 없이 한국에 있는 친구도 꽤 됩니다. 그래도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한국인보다 나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면 옳은 일일까요?

일할 외국인이 많은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또 외국인 수입을 자꾸 늘려가고 있습니다. 당장 일손이 필요한 조선소에서, 농촌에서, 짧은 기간만 쓰기 위해 외국인 도입을 확대합니다. 이제는 출산율을 높인다고 여성 가사노동자를 수입하여 최저임금도 안 주고 쓰겠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를 무작정 늘리기만 한다고 하여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 사이의 갈등도 커질 수 있습니다. 한국인 노동자들은 우리 이주노동자들이 자기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원망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한국인에게 해로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전세계 노동자들의 축제 메이데이를 맞아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싶습니다. 우리는 결코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으려고 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느 나라, 어떤 곳에서 일하든 당신과 동등한 대우,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받기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이미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외국인들은 총소득에서 주거비를 제외하고도 생활비를 39.4% 쓰며, 귀화 허가자는 51.8%를 씁니다. 우리가 쓴 돈은 지역사회를 돌고 돌아 한국을 기름지게 하며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인 노동자 동료로서, 지역의 이웃으로서,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 이주노동자는 여러분의 친구이자 형제자매임을 선언합니다. 하루 열 몇 시간 기계를 만지며 굳은 살이 박힌 손을 당신에게 내밉니다. 따뜻한 당신의 손을 맞잡아보고 싶습니다. 만국의 노동자는 하나입니다.
(통계 근거: 1. 2023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결과, 통계청·법무부, 2023년 5월 기준, 2. 2023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통계청)

[우리의 요구]

1. 한국 정부는 무분별한 단기 외국인력 도입을 중단하고 체계적인 외국인력 도입 계획을 세워야 한다.
2. 한국 정부는 인권 침해 야기하는 고용허가제를 전면 손질하여 새로운 외국인력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3. 한국 정부는 인종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외국인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
4.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에게 세계노동절 유급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5. 한국 정부는 신규 인력 도입보다 장기 미등록 체류자 합법화에 나서야 한다.

2024. 5. 1. 경남이주민센터, 경남이주민연대회의(경남 14개 각국 교민회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