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마다 체질 개선을 넘어 혁신과 개편에 돌입하는 중이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이전에 추구하지 못했던 것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각종 기술들이 무섭게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때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다.

[보안뉴스= 앤디 테이 글로벌 수석, Accenture Cloud First] 첨단 기술을 사업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지다 못해 이제 주류가 됐다. 무엇이 됐든 새로운 IT 기술을 하루라도 빨리 도입해야 도태되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 마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열린 CES에서까지 인공지능이 독주하다시피 하는 분위기인지라 인공지능이 가장 많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IT 업체 액센추어(Accenture)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97%의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기업과 산업 전체의 혁신을 이끌 주력 기술”로 평가한다고 한다. 또한 95%의 기업들이 IT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적지 않게 증가시킬 것이라고도 답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이런 흐름이 형성되면서 서서히 탐지되는 변화가 있는데, 기업들이 IT 분야에서 그 동안 미뤄왔던 것을 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서 IT 신기술을 모색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IT 기술로 사업적 문제를 해결하고 운영의 효율을 높인다는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즉 뭔가에 떠밀리듯 IT 기술을 대충 도입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주관과 판단에 의해서, 능동적으로 조직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찾아나선다는 뜻이다. 그런 조직들이라면 다음 네 가지 요소를 염두에 두는 것을 권한다.

1. 미래를 위한 아키텍처를 구성하라
압축적인 변혁이 이뤄져야 하는 시기인지라(IT 기술 발전은 빠른데 경제적 여건은 좋지 않아서) 아무도 느긋할 수 없게 됐다. 속도전이 이미 시작됐다. 하지만 성급하게 뭔가를 시도하다가는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제어 가능한 속도’를 내는 것이 관건이다. 최적의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찾고, 방향과 속력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경영진들은 정교하게 전략을 짜고, 이를 현장에서 도입한 후 필요하다면 빠르게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게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런 사이클을 유지시킬 수 있는 아키텍처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대 아키텍처들은 모듈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생성형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보다 쉽게 도입하고 검토할 수 있게 해 준다.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되고 변경이 적용될 수 있으며, 하이브리드 및 멀티클라우드 전략까지도 도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데이터 관련 전략과 대형 언어 모델 전략, 클라우드에서부터 에지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전략도 유연하게 구축하는 게 가능하다.

이러한 미래지향형 아키텍처에는 정답이 있지 않다. 클라우드를 위주로 개편할 거라면 그 클라우드 기반 구성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아키텍처를 기획해야 한다. 그러다가 데이터 주권 및 프라이버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아키텍처를 유지하되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내야 한다. 이렇게 조금씩 바꿔가고 수정해가면서, 동시에 가까운 미래에 도입할 기술들까지 고려해서 각 기업이 자기만의 아키텍처를 완성시키는 게 중요하다.

아키텍처란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가 서로 연결되는 기능적 공간이 아니다. 과거에는 그랬지만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활성화시키는 하나의 커다란 도구로서 아키텍처를 바라보는 게 미래를 위한 대비에 도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모듈형 아키텍처란 클라우드 기반일 확률이 높으며, 모든 회사가 ‘우리 회사도 플랫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

2. 조직 전체가 현대화 되어야 한다
변화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기업들을 이미 3~4년 전부터 괴롭혀 왔고, 그래서 기업들은 급하게 클라우드로 옮겨 갔다. 일단 ‘닥치는 대로’ 다 옮겨버리는 식으로 클라우드로 갔는데, 이제 기업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좀 더 ‘사업적 목적을 이루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맥락 안에서 클라우드에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동시에 기업들에 적합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와 클라우드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들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들을 통합하고, 그럼으로써 그 동안 잠재되어 있기만 했었던 가치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디지털 코어’를 강화해야 한다. 달리기든 뭐든 스포츠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려면 기본적으로 코어가 튼튼해져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디지털 코어를 강화한다는 건 결국 기업 내 모든 영역을 현대화 한다는 뜻이다. 인프라,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보안, 인력, 업무 프로세스 하나도 빠짐없이 말이다.

사실 이걸 모르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최근 실시된 한 조사에서도 네트워크 현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저해 요소는 예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화란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라는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자 할 때 네트워크가 대용량 데이터를 충분히 빠른 시간 안에 교류시킬 수 있도록 망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87%의 기업들이 인공지능 시스템을 덜컥 도입해 놓고는 네트워크가 너무 느리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즉 현대화라는 것 역시 정해진 공식이 있는 게 아니라, 기업이 도입하고자 하는 신기술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걸 빠르게 파악해야 도입된 신기술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렇게 쓰긴 했지만 결국 어떤 기술을 도입하든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현대화 하려면 클라우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망과 인프라 기술 중 가장 현대화 된 것이 클라우드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인프라, 망,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 만큼 현대적인 것이 아직 우리에게 없으므로 지금 신기술을 도입하려 하고 그에 어울리는 기반을 다지려 한다면 클라우드가 가장 적절한 답일 것이다.

3. 본격적인 활용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좀 더 유연하고 현대화 된 체제를 구성했다면 인공지능 혹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새 애플리케이션들을 모색할 차례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혁신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보다 탄탄해진 디지털 코어 위에 덧입혀진 인공지능 및 첨단 IT 기술들을 통해 여러 가치들을 추가적으로 이끌어내고, 강력한 활용 사례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경우 에지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가지고 자동차 안에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훈련시킨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더 강력한 차량 모델을 제공한다. 생명과학 분야의 기업들 역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실험실에서 생성되는 에지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함으로써 의약품 개발의 시일을 앞당기고 있다.

즉 인공지능이나 기타 여러 신기술을 도입함에 있어서 그 궁극적인 목표가 가치 창출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새롭고 신기한 기술을 조사하고, 접하고, 알아가다보면 그 기술 자체에 매료되어 기술의 구축 그 자체가 사업의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막상 도입을 하고나서는 길을 잃고 헤맨다. 모든 것을 다 이룬 듯 동력과 동기가 다 사라지는데, 이러면 투자금도 회수 못하고 회사가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신기술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면 얼른 정신을 차리고 본연의 목적을 기억해 달성해야 한다.

4. 혼자서 다 해결할 수 없다
어쩌면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신기술을 도입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건, 의외로 회사 혼자서 이뤄가야 하는 목표가 아니다. 그 길고 긴 여정을 함께할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아니, 우리 회사 하나만의 발전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발전과 전진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방향이 보이기 시작한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하이퍼스케일러와 SaaS 전문 벤더는 필수불가결의 파트너다. 위에서도 강조했지만 혁신적인 가치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추구해 얻어내려면 그 무엇보다 인프라의 유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이미 혁신을 이뤄내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과 관계를 맺는 건 장기적으로도 현명한 전략이다. 단순히 클라우드 서비스를 돈 주고 구독하는 그런 계약 관계 이상을 추구하라 수 있다면 추구하라.

2)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와 전문 기업 역시 필수불가결의 파트너다. 지금은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너무 많은 기술들이 너무 많은 방향으로 가지치기를 해가며 발전하고 있으며, 너무 많은 업체들이 자신들이 최고라고 나서는 상황이다. 어디를 가도 대단한 사람들이 나타나고, 어디를 가도 정답인 것 같아 오히려 혼란스럽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고,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파트너나 파트너사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결정권자를 바깥에 두라는 게 아니라, 가장 신뢰할 만한 전문가와 친하게 지내라는 뜻이다.

지금의 기술 발전과 변혁의 속도가 각 기업들에 주는 교훈은 딱 한 줄로 “더 크게 봐야 한다”로 정리할 수 있다. 틀을 깨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다. 기술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져(잘만 구축된다면), 단순 수익 창출에만 시선이 꽂혀 있으면 그 투자가 버린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따라서 큼직하고 굵직한 방향 설정과 실행 능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시야가 넓은 자가 승리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글 : 앤디 테이(Andy Tay), 글로벌 수석, Accenture Cloud First
[국제부 문정후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