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일정을 '9시뉴스' 중 단독속보로 보도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기사 삭제 요청을 받고 기사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최재현 KBS 통합뉴스룸 국장(보도국장)이 해당 기사의 작성·보도·삭제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 KBS 내부에서 '오보도 아닌데 출입처 요청으로 기사를 삭제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달 31일 KBS '9시뉴스' 김현경 주말 앵커는방송 중 "방금 들어온 소식"이라며 "내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현안과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할 예정이라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내일 담화에서 의료개혁 등 국정현안에 대해 기조와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8일 KBS 기자협회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해당 기사는 30분 만에 돌연 삭제됐다. KBS 기자협회는 "확인 결과 방송 이후 대통령실에서 담화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니 확정될 때까지 기사를 내려달라는 요청이 왔고, (최재현)보도국장 발령자께서 이 요청을 수용하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해당 기사는최 국장의 지시로 담당취재부서가 아닌 뉴스제작1부에서 작성됐다. 최근 KBS는 삭제된 기사를 다시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KBS 기자협회는 "방송으로 나간 단독성 기사가 오보 또는 중대한 오류가 있지도 않은데도 출입처 요청으로 삭제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온에어된 뉴스가 가지는 무게감은 물론, 시청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며 KBS 뉴스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 또 KBS 기자협회는'KBS 인터넷뉴스 수정·삭제 가이드'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KBS 기자협회의 비판에 최 국장은 '앞으로 더 신중하게 하겠다'며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최 국장은 '수정·삭제 가이드'를 안 지켰다는 지적엔 '긴급 사항일 때는 선조치 후보고 할 수 있게 돼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9일 성명을 내어 "기사작성부터 다시보기 삭제, 재게시까지 모두 문제 투성이다. 최 국장 발령자는 이러나저러나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고 규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국장이 파악한 정보로 출입처도 아닌 편집부서 기자에게 직접 기사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게 과연 정당한 지시인가"라며 "정상적인 언론사였다면 국장은 해당 내용을 대통령실 출입 기자나 정치부 기자에게 전달하고, 해당 출입처 기자들이 재차 확인한 뒤에 기사를 작성했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국장 발령자가 방송 당시 담화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제대로 확인하는 과정도 거치지 않고 내보냈다면 심각한 문제이며, 또한 단독성 기사가 오보 또는 중대한 오류가 있지도 않은데도 대통령실의 요청 한 번에 삭제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만약 대통령실 인사가 최 국장에게 전화해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면 이는 방송법 위반행위라며 "대통령실의 누군가가, KBS의 누구에게 기사를 내려달라 요청을 한 것이냐는 문제는 반드시 밝져야 한다. 최 국장 발령자는 직접 나서서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최 국장은 앞서 영화 '건국전쟁' 띄우기 논란을 빚었다. 지난 2월 22일 KBS '9시뉴스' 리포트 <영화 ‘건국전쟁’ 80만 돌파…이승만 공과 재평가 점화>에 등장하는 영화감독 인터뷰는 최 국장이 직접 실시했다. 최 국장의 인터뷰 취재계획은 보도국에 공유되지 않았다.

최 국장은 박민 KBS 사장이 임명동의제를 지키지 않고강행한 인사 중 한 명이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임명동의 투표 결과, 최 국장 임명을 반대한다는 응답률은90.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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